fragmentary thoughts

반려동물에 관한 짧은 생각

오늘은어때 2012. 10. 23. 14:35

어릴때부터 동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나였다.

고등학교까지는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 집안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길 가다 만나는 길고양이나 멍멍이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두는 정도였다.

- 초등학교때는 길거리 동물들을 치료해주겠다며 붕대와 약들을 가방에 챙겨서 다니곤 했었다. (물론 한번도 써먹은적은 없지만..)


그리고 스무살 겨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듬해 봄부터 시작된 자취생활에 익숙해질때쯤 .. 고양이를 한마리 들였다.


그 전까지는 고양이에 관해서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호두라고 이름 붙여진 그 녀석덕분에 편견은 애정과 사랑으로 바뀌었지.


2층짜리 주택에 살았던 당시 창문 방충망을 뚫고 호두가 집을 나가고 ㅠ,ㅠ 

몇개월동안 녀석을 찾았지만 찾질 못했다.


그리고 그 후로 2번정도 고양이와 함께 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리 오랫동안 함께하진 못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외롭고 외로워서 따뜻한 숨을 내뿜는 녀석들을 곁에 두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 지금은 생각한다.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죽는 날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인연을 놓치면 안되는 거라고.

자식과 같은 거라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녀석들과 함께 할 자격이 주어지는 거라는걸 지금에서야 알것같다.


만약 그때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녀석들이 집을 나가거나 내가 멀리 떠나야했을때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노력했을거라고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자식이란 것.. 가족이란 것에 대한 생각이, 마음이 그만큼 변했기때문이 아닐까..



요즘도 가끔 따뜻한 녀석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녀석들에 대한 관심을 보일때도 그렇고(사실 어마어마하게 좋아한다. 딸래미 둘 다), 

이웃 블로거들의 반려동물 이야기를 들을때도 그렇고..


하지만 예전만큼 쉽게 녀석들을 들이고자 마음 먹게 되지는 않는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어떤 것인지 내가 아이를 낳고 보니 더더욱 뼈에 사무치게 알게 되어서 ..

한순간의 감정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씩 훅! 하고 스스로 자제가 안될 정도로 녀석들은 사랑스럽다...ㅠ.ㅠ 

이러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사고 치는 일이 생길지도.........